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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코바 인상기
 
 
 
모스코바 인상기
미지의 툰드라 여행에는 7명이 동참했다[그림1:붉은광장의 바실리 성당앞에서]

5년 전의 모스코바에 대한 인상은 어둡고 말없이 일만 하는 모스코비치들속에서 가난과 무표정의 모습만을 기억했는데 도착 다음날 그 생각은 버스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삼성, LG의 공격적 경영속에 이미 모스코비치 모습은 무표정한 인상만을 남기고 변화의 중심에 서고 있었다.

전날 영하 11도가 이날 아침에는 다소 누그러져 영하 6도라지만 귀마개와 털모자가 없이는 한 걸음을 내딛기도 힘든 혹한의 날씨였다. 눈이 오려는지 어둡고 싸늘한 기온은 날씨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침울한 얼굴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마치의 고호의 "감자 먹는 사람들"처럼 가난하지만 평온한 느낌만은 아니었다. [그림2:크렘린 성벽의 위용] 지하도를 건너 멀리 국립박물관이 보인다. 붉은 모습의 국립박물관이다. 양면이 대칭적인 건물이며 암스텔담에서 흔비 볼수 있는 느낌의 건물이다. 안타깝게도 월요일은 휴관이라 한다. 국립박물관을 지나니 해가 바뀌는 달력속에서 흔히 보는 바실리 성당이 눈 앞에 펼쳐진다.
8개의 개별 건물을 하나로 연결해 만든 바실리 성당은 그야말로 모스코바를 상징하는 제일의 건물이라 할만큼 위용이 돋보인다. 지붕 꼭대기는 양파모양을 하고 붉고 푸르고 초록의 갖은 장식은 잿빛 하늘에 솟아있는 러시아 정교의 상징인듯 하다. 1555~60년 사이 만든 이 大공사의 주인공은 포스토닉과
바르마라는 건축가다. 다시는 이 같은 아름다운 건물을 만들지 못하도록 눈을 뺐다고 하니 전설치고는 잔혹하지 않은가. 이집트의 피라밋의 건축가도 그 통로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갇혀 죽었다지만 잔혹한 전설은 전제정치의 소산물인것이 분명하다. 하여간 우리는 눈과 귀 가슴을 열어 이 감동의 건물, 아니 그 이면에 감추어진 비인간적인 모습을 담아 두려 바쁘게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내부가 공사중이라 살짝 뒤를 돌아가 봤다. 역시 이 건물의 기초는 벽돌이다. 벽돌위에 PLASTER을 덮어 변화를 준것이다. 16, 17세기는 중국을 비롯해 大건물의 역사의 기초는 벽돌이란 것은 이미 새로울게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바실리 성당의 공사로 우리는 붉은 광장에서 위대한 혁명가 레닌의 묘를 지나 크렘린으로 향했다. 레닌묘는 붉은 광장의 한 귀퉁이에 쓸쓸한 모습으로 있지만 그의 묵념장소는 크렘린의 입구에 있었다. 마침 위병들의 근엄한 교대식을 보면서,
많은 학생과 시민의 엄숙한 헌화 모습에서 위대한 사람은 시대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의 물결이 일지만 진리라는 사실일까. 마냥 디지탈 카메라를 신기해 하는 어린애들의 눈망울은 이미 변화 가운데 있었다. 월요일이라 크렘린조차 휴관인 것을 염려했지만 다행이었다.
우리 앞에서 뚱뚱하지만 예의를 갖춘 중년의 모스코 여인이 안내를 자청했다. 무려 이천루블을 주고 이 여인의 친절과 자질을 시험하려 한 대단한 동반자를 이번 여행에서 만난 셈이다.
[그림3:레닌묘 헌화장소 위병교대식]
그 여자는 크렘린에 대한 대단한 지식의 소유자였고 프라이드도 대단했다. 트리니티 문을 통과해 2KM가 넘는 다는 크렘린 성벽의 위용에 잠시 기가 죽었지만 수원화성도 그에 못지 않은 위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기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에밀레 종의 두배나 되어 보이는 대종을 지나 우스펜스키 성당에서 러시아정교의 내부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맨 아랫쪽은 그 정교회의 역사를 말한다. 다른 교회보다 훨씬 많은 그림과 벽화를 가지고 있어 마치 책장에 책이 꽉찬 느낌이다. 천정의 돔에는 항상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태리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잠시 후 성당을 나갈 즈음 5명으로 구성된 성가대의 성스러운 노래를 들었다.

한마디로 절망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노래랄까. 하여간 그러한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ARMORY MUSEUM에 갔다. 로마노프 왕조의 왕관과 옷등 각종 무기와 금으로 만든 장식이 즐비했다. 영국에서 ,프랑스에서 선물한 육중한 마차도 볼거리였다. 함부르크와 뉘른베르크등의 영사들이 선물한 각종 그릇들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만큼 로마노프왕조의 부패는 극에 달했던 것 같다.

혁명의 불길이 서서히 자신의 목을 조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이 많은 보물은 농민과 노동자에 순순히 돌려주지 않았을까 싶다 .[그림4:모스코바대학] 다음날 첫째날의 휴관을 보상이라도 받을듯이 아침 일찍 시내에 도착했다. 먼저 당일저녁 서커스를 보기 위해 모스코바 대학으로 향했다.

모스코바 대학에 가까이 있는 곳에서 우리는 표를 끊고 난 후 푸쉬킨과 톨스토이 생가를 방문하려 했다, 그러나 10시반에 문을 연다는 얘기를 듣고 일단은 모스코바 대학으로 갔다. 수십층의 모스코바 대학은 사회주의 상아탑의 상징이었다.
중국도 북한도 이러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을 것이고 상아탑의 첨탑은 그 아성위에 이렇게 높이 올라졌을 것이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스코바 대학 본관의 경내는 따뜻했다. 학생들의 두터운 옷과 바쁜 걸음속에서 지식에 대한 열망도 보았다. 희주의 노력으로 다행히 강의실 안으로 들어가는 기회를 잡았다. 친절한 교수님 덕분으로 우리는 지질학 박물관으로 올라갔다. 강의 모습과 진지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모스코바의 진지함이 배어났다. 이렇게 모스코바 대학에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부랴부랴 서커스 표를 구하러 뛰어 갔는데 아뿔사 월요일에서 수요일 까지는 휴관이라. 할수 없이 짜투리 시간을 내어 푸쉬킨 미술관을 들런 후 마지막 희망인 OLD 서커스를 보러 갔다. 희주가 동분서주로 장소를 알아 찾아갔지만 그곳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는수 없이... 이미 볼쇼이 극장에는 얼마전 백조의 호수와 호두깍이등 고전적인 발레를 뒤로 하고 실험적인 현대발레를 하고 있었다. 바로 '노틀담 파리" 였다. 진부한 내용이라 가급적 다른 것을 보려 했지만 화요일에는 그것밖에 없단다. 혹시 아는가 ...노틀담파리가 유명세를 탈는지... 어렵사리 7장이 티켓을 불과 7불에 구입해 기세등등하게 들어 갔지만 자리는 뒤쪽이라 앉아서 보기 힘든곳이었다. 다행히 공연이 시작하자 몇개의 앞자리가 비어 그곳으로 옮겨 갔다.좌석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의 무지를 폭로하는 것이지만 중앙에 있는 좌석이 층수에 관계없이 가장 좋고 그곳도 앞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앙좌석이 아니라면 좌,우 측면인데 이때는 반드시 1,2,3번 열이어야 만 한다.
4,5,6,7,번은 뒷열이라 전혀 볼수 없다. 현지인에게 물어 봤더니 적어도 50불은 주어야 2층의 맨앞열에서 볼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을 돈으로 환산하다니 ...(싼것만 찾다니) 잠시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7불로 볼쇼이를 보았으니 재미난 경험이기는 하다. 공연은 어느새 시작되었다. 힘과 율동이 어우러진 것이 역시 볼쇼이였다.이 "노틀담파리"는 4월부터 해외 순회공연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는 들어간다는 데 혹 우리나라에도 볼수 있는 기회가 될수 있을 지 모르겠다.

이틀간의 모스코바 나들이에서 느낀 것은 동토의 왕국 모스코바도 역시 사람사는 곳이었다. 푸쉬킨의 모스코바 , 톨스토이의 모스코바라 불리는 이 모스코바는 더 이상 그들의 것은 아니었다. 이제 모스코바는 모스코비치의 것이며 모스코바를 사랑하는 사람 모두의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에게 모스코바는 적어도 예술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 ...
지하철악사조차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는 희망의 땅이란 걸 엿볼수 있는 기회였다.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내내 모스코바의 싸늘한 겨울과 창밖 자작나무 숲속의 처연한 바람소리가 그들만의 음악소리가 되어 귓가에 들여오는 듯 했다. 끝으로 모스코바를 한없이 사랑했다던 푸쉬킨의 시한편 소개하면서 글을 맺고자 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이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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